GUK DAE HO

 

‘색’을 통한새로운 관계의 모색,

공간과 시간의 멈춰진 독백

그의 근작들에서 발견 가능한 흥미로운 지점은(눈으로도 확연히 파악할 수 있듯) 통이로가 체계를 건설하는 이성적 지도와내외적 감각의 일치가 묘한 질서 아래 놓인다는 데 있다. 일례로 선을 긋는 작가의 행위는 신체성의 규정이자 경험으로, 파악한 대상 혹은 현상을 내화시켜 드러내는 외적감각으로 읽을 수있다. 그건 달리 말해 정신으로부터의 동기이다. 즉, 정신의 작용이 신체화 되면서 내면감각을 공유한다는 것이다.[...]

‘색’이상의 언어들로 채워져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대호의 작업에서 눈에 띄는 조형요소는 ‘색’이다. 1990년대 말부터 그는 유독 ‘색’에 천착한 작품들을 발표해 왔는데, 초기의 색채추상에서부터 선과 에너지의 조응이 인상적인 색채드로잉(이 작품들엔 정갈한 격렬함과 힘센 고요가 녹아있다), 그리고 오늘날 선보이고 있는 컬러라인 작품들 모두 색에 대한 관심이 깊게 반영되어 있다. 심지어 2000년대 중반 선보인 ‘도시풍경’ 연작에서도 색은 중요한 조형언어로 작동한다.

그렇다면 그가 ‘색’에 천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근원성에 대한 도전을 꼽을 수 있다. 시각예술을 말할 때 가장 앞서 언급되는 요소는 점과 선과 면인데, 이 조형요소들은 잔상에 맺힌 3차원을 2차원의 평면에 추상화(化)하는 신조형주의자들에게서 자주 엿보이는 방식이다. 그들은 순수조형 의식을 생성하려는 의지로 대상을 점, 선, 면으로 단순화했고, 형태를 해체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구성했다.

국대호도 그렇다. 가장 기본적인 조형요소만으로 사물의 본질(exxence)을 드러낼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점에서 동일한 맥락을 지닌다. 다만 국대호의 경우 경험적 프레임에 의탁함으로서 자연스럽게 공간과 사물을 포박, 600년 미술사가 고수해온 수학적 태도를 지양했다는 차이는 있다. 인위적인 꾸밈이 아닌 체득의 결과라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1990년대 이후 여러 구상적 풍경을 비롯해 묵직한 질감이 시선을 사로잡는 <자작나무>시리즈, <Jelly Bean>연작 등, 다양한 형상작업을 펼쳐왔음이 사실이다.

국대호 작가가 ‘색’에 천착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설명의 불필요함에 대한 자각이다. 즉, 형상으로 인한 인식의 통제와 제어에서 벗어나려는 몸짓이 녹아 있다는 것이다. 다만 그 방법의 일환으로 선택된 것이 ‘색’이다. ‘색’은 그에게 가장 열린 수단이며 공면의 방안이다. 사유를 확장시키는 촉매다. 과거 일련의 작품에서 살필 수 있었던 구상적 익명성을 더욱 극대화한 장치이기도 하다. 따라서 자가에게 ‘색’은 단지 광학적 현상이 아니라 심리적 운용에 가깝다. 물리학에서 색채란 빛 에너지이지만 그에겐 감정의 표현이다. 감각을 통한 색의 도모-이성과 감성의 결합은 그에게 결국 같은 콘텍스트다.

홍경한(미술평론가)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