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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렬

1970-

윤상렬(1970~) 작가는 ‘아날로그와 디지털/가상과 현상 세계’의 결합을 통해 ‘사이의 관계’를 발견한다. 우리가 밟고 있는 땅의 역사에도 오랜 문명들이 머물러 있는 것처럼, 중첩된 선의 레이어들은 시·공간을 함축한 ‘검은 언어’ 속에서 셀 수 없는 감성색(感性色)을 머금는다. ‘작고 큰 선 사이, 굵고 가는 선 사이’에서 작가는 ‘한계 없이 낯선 무아(無我)의 행위’를 발견한다. 번득이는 섬광과 같은 ‘깨달음의 선(線)’은 ‘최상의 선(善)’으로 가기 위한 몸부림과 같다. 위아래로 움직이는 파장의 진폭은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무(巫)의 경지처럼, 과거와 미래를 오간다. 작가는 침묵함으로써 비로소 제 목소리를 드러낸다. 이른바 관념적 선긋기, 작가는 이를 작가노트(2024)에서 다음과 같이 표현한다. “나의 일은 그리지 않지만 무언가를 남기는 과정…. 선택과 집중 그리고 쓸고 닦고 정리하며 나타나기도 사라지기도 한다.” 아날로그적 선 긋기와 디지털 선긋기를 결합한 ‘사이와의 대화’는 아크릴과 같은 투명한 구조체와 만나 ‘작품으로서의 생명력’을 갖는다. 작가에게 흑연(黑·延)은 무행(無行) 속에서 무언가를 남기는 ‘깨달음의 퍼포먼스’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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