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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seph ChoÏ

(b.1968)

죠셉 초이

영혼의 자리(Seat of the Soul)


죠셉 초이(Josheph Choi)는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진정한 회화가이다. 단순히 작가나 예술가라고 지칭하지 않고 회화가라고 부르는 것은, 그가 회화적 회화(painterly painting)를 추구하면서도 불가사의한 우리의 삶의 문제를 절실하게 파헤치기 때문이다. 회화적 회화란 회화 자체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 질문(대전제) 아래 회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추구하는 일련의 회화 작품을 뜻한다. 19세기 중반 서구에서 반전통의 기류가 일어났고 20세기 100년 동안 회화의 거의 모든 가능성이 드러났다. 거의 모든 실험이 진행되었기 때문에 새로운 회화의 가능성이 남아있는 영역은 사실상 매우 희박해졌다.

우리는 동시대 현대미술의 추이가 경관주의(spectacularism), 회고적 감각주의(retro-sensationalism), 모더니즘의 재구성(remodernism) 등 주로 세 부분에 걸쳐서 반복되며, 2023년 현재 그 누구도 이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바라보고 있다. 더욱이 회화에서 새로운 가능성의 영역을 찾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회화적 회화의 새로운 가능성이 일어났다고 치더라도, 그것은 대부분 추상적 모더니즘의 영역에서 일어난 현상이 대부분이다. 추상적 모더니즘은 내용을 추구하지 않는다. 다만, 형식의 싸움이기 때문이다.

죠셉 초이는, 이에 반해, 형상적 회화에 침잠하는 동시에 회화적 회화의 근원적 질문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는다. 동시에 우리 인간은 도대체 무엇일까에 대한 깊이 있는 대답을 화면에 기입한다. 따라서 새로운 분위기의 회화이면서도 깊은 울림을 준다. 진정으로 우리는 늘 새로운 회화 세계를 갈망한다. 새로운 회화와 마주할 때, 의식이 확장되며, 마치 물에 닿은 물고기의 지느러미처럼, 우리의 모든 감관(感官)이 춤을 추기 때문이다. 그런데 죠셉 초이의 <영혼의 자리>展에 출품하는 거의 모든 작품은 소규모 작품이다. 이전에는 압도적 크기의 화면에 붓질의 모든 가능성과 현란한 기교를 선보였다면, 근작은 작가 특유의 현란한 기교를 절제하여 평담(平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작가가 평담함 속에 담으려는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죠셉 초이의 거의 모든 작품은 배경, 즉 공간의 구조가 왜곡되어 있다. 그리고 인물이 한 사람이 나오는데, 인물은 두 개의 얼굴로 분리되거나 다른 인물의 아우라가 겹쳐져 표현되고 있다. 이는 공간에 시간의 흐름까지 담아내려는 작가의 의도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자아(영혼)의 진정한 모습을 제시하려는 작가의 궁극적 의도와 관련한다. 일례로 ‘영혼의 자리’는 미국의 과학자이면서 철학자인 게리 주카브(Gary Zukav, 1942-)가 1989년 발행한 저서의 제목이기도 하다. 게리 주카브는 우리의 영혼이 이끄는 힘(power)을 두 개로 나누어 설명한다. 하나는 외부적 힘(외면적 힘, external power)으로 외부세계를 운영하고 조작하고 통제하는 힘이다. 따라서 일상의 권력이라고 볼 수 있다.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모든 힘을 가리킨다. 돈 버는 재주, 남을 설득하는 재주, 사태 파악능력, 수학 처리능력, 언어 능력, 사무 능력, 논리력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는 진정한 힘(진실한 힘, authentic power)이 아니다. 진정한 힘은 개인의 인격과 영혼을 연합시키는 힘이다. 세계와의 조화, 공동체에서의 협력, 타자에의 존중, 삶의 존엄에 대한 통찰력을 이끌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진정한 힘이며, 여기에 영혼이 머무는 자리가 형성된다.

죠셉 초이의 회화는 단순히 새로운 회화의 가능성을 열려는 형식 실험을 초극한다. 나에게 주어진 삶의 의미, 그것을 천명(天命)이라 부르는데, 작가는 그것의 의미가 이미 우리 내면에 주어졌다는 사실을 회화로 보여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회화가로서의 진정한 힘은 무엇일까? 이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것은 화가의 회화적 능력에 영혼을 연합시키는 힘이다. 죠셉 초이는 회화적 회화라는 예술가로서의 궁극의 목표에 삶이라는 불가사의한 퍼즐을 풀고자 하는, 인간으로서의 궁극적 목표를 연합시키는 힘을 보여준다. 죠셉 초이의 근작이 소규모임에도 힘이 넘치는 이유이다.




이진명, 미술비평ㆍ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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