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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 TAEK SANG

b.1958

Meister-Painter of Lig : 김택상


담화 작가로서 김택상 회화의 본질

얼핏 보면, 김택상의 작품들은 Optical Art 의 20세기 최고의 대가 Joseph Albers의 “Homage to Square” 연작들을 연상시키고 또 독일의 색채화의 대가인 Gotthard Graubner의 작품들도 연상시킨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김택상의 작품들은 완전히 다른 예술세계에 속하는 작품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앞서 언급한 두 서구 거장들의 작품들이 아름답지만 쇠락해가는 쓸쓸함이 배어 있는(Bittersweet함의) 반면에 김작가의 작품들은 생명력으로 충만한 미래 지향적인 예술의 지평을 여는 것임을 알 수 있다.

김작가의 “숨 빛”이라는 이름하의 연작들 하나 하나를 자세히 응시해 보라. 그러면, 이 작품들은 그라우브너의 작품들처럼 색채의 작품이 아니라 ‘빛의 작품’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게 된다.

색은 어떤 물체에서 반사되는 빛의 파장이 우리 눈에 인식되는 것이다 다양한 색의 페인트, 색종이 등등이 바로 그것들인데, 그것은 표면 색이다.

반면에 빛의 색, 또는 빛깔은 투명하게 계속 움직이는 빛의 율동이다.

김작가의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미묘한 빛깔의 빛이 캔버스에서 베어 나오는 듯 해서 마치 빛이 숨을 쉬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작품들 중 어떤 것에서는 마치 그 받침대(즉 캔버스)의 물질성이 비물질화된 것 같은 느낌도 준다. 그래서 분명히 벽에 걸려 있는 작품인데, 마치 작품의 뒤에서 또는 그 안에서, 즉 작품의 내면에서부터 빛의 꾸러미가 캔버스의 네모난 공간으로부터 살며시 발광되어 나오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안으로부터 조용히 베어나오는 빛, 그것은 어떤 신비스러움을 느끼게 해준다. 이런 비유는 어떨까. 오후 늦게 이태리 산골 마을의 성당엘 들어갔다고 가정해보라. 아무도 없는 정적 속에, 높은 벽의 상층부의 스테인드글라스 창문을 통해 소리 없이 쏟아져 들어오며 연출하는 어떤 경건함. 김작가의 ‘숨 빛’작품들은 바로 그런 숨쉬는듯한 ‘빛의 결’들을 정교하고 섬세하게 캔버스 위에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지점에서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즉, 조셉알버스는 기술적인 눈속임으로 유사한 일류젼을 그 캔버스 위에 그렸고, 그라우브너는 입방체를 만들고 색으로 그렸지만, 김작가가 그의 캔버스 위에 만들어 낸 ‘숨 빛’은 안으로부터 베어나오며 공명하는, 진짜 빛들이 숨을 쉬는, 생기 있는 빛의 발광체라는 것이다. 색채로 빛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 빛들이 그 작품 속에서 베어 나와 공명하는 효과를 만들어 내고 있다는 말이다. 어떻게 그게 가능할까?

김작가는 그가 만나는 재료의 물성을 절대적으로 존중한다. 그는 재료들이 시간 속에서 만들어내는 인연들을 소중하게 따라간다. 물, 바람, 중력, 시간의 어우러짐이 그것인데, 그는 그 인연들이 어우러지는 장(site,場)으로서 스밈이 가능한 캔버스를 선택했다. 그 캔버스는 동양수묵화의 재료인 화선지와 같이 어느 정도의 스밈이 가능한 것이다. 그는 페인팅에 물을 주로 쓰는데, 색의 기미를 간신히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로 극소량의 물감만을 물에 희석하여 사용한다. 그리고 그가 고안한 물을 담아 둘 수 있는 틀에 물감을 희석한 물을 부어놓고 오랜 시간 동안 캔버스표면에 스미듯 침전시킨다. 침전이 다되면 물을 빼고 캔버스 천을 벽에 걸어 말리는 것으로 한번의 인연사이클이 끝나는데, 이런 과정을 수없이 반복하면서 캔버스표면에는 엷고 얇은 다양한 층(Layer)들이 겹겹이 스미고 쌓이게 된다.


홍가이(미술 비평가) 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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