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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 YOUNG HUN

b.1964

나의 최근 회화 작업의 모티브는 이렇게 동시대 패러다임의 변화가 가져온 이성적 이해의 틈에 위치한다. 놀랍게도 그 균열은 과거와 미래 사이, 현실과 가상세계의 사이,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만나는 이 시대의 어디에나 있다.
분명 새로움은 그 균열 속에서 잉태된다. 마치 벌어진 콘크리트 틈에서 새 싹이 자라듯, 나의 회화는 그 패러다임의 간극 사이에서 잉태된다.
내 회화의 표면에 보이는 색 면, 형광색과 절단된 화면 구성 방법등을 디지털적 속성이라고 한다면, 혁필 줄무늬와 뿌려진 뮬감 자국, 팔레트 나이프 자국, 기하학적 선과 스크레치등은 아날로그적인 속성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아날로그의 연속성과 디지털의 비연속성, 기하학적 파형과 자유 파형, 다채로운 이질적 회화요소들이 화면 안에 공존하거나 대립하며 회화적 상상력을 생성시킨다. 레이어를 가진 색면 부분은 주로 팔레트 나이프로 구현되고, 줄무늬 부분은 유화재로를 사용해 실험해 온 혁필기법을 사용한다. 유동적이고 번지는 혁필 느낌의 줄무늬들은 다듬어진 것처럼 보일지라도 보통은 한번의 붓질로 구축된다. 한번 지나간 붓의 헤어라인에는 색색 선들과 몸의 떨림 등의 미세한 표현들이 고스란히 살아있기 때문이고, 이는 내 그림 속 혁필 부분이 단 하나의 층을 가지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렇게 혁필 줄무늬와 팔레트 나이프로 만들어진 기하학적 색면을 대립항으로 배치하며 예측 불가한 요소들을 화면 속으로 끌어들인다. 아날로그 음악이나 왜곡된 티비 화면, 필름영화에서 보이는 잡음, 스크레치같은 요소처럼, 작업 중에 생긴 얼룩, 선, 점 등의 인간적 요소를 남기거나 더해서 완성한다. 이러한 긴장과 균열의 순간 속에서 색과 재료는 스스로 말하기 시작한다. 그 물질이 내는 미세한 울림과 진동 속에서 언어로서의 질료가 감각의 실체를 드러내는 순간을 목도한다.
최근 나의 회화는 이렇게 회화적 요소들 사이의 틈을 오가며 추상적 상상을 발굴하는 여행이다.

— 김영헌 작가노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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