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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WON O BONG

b.1954

권오봉은 한국 현대 추상회화에서 ‘행위로서의 회화’를 일관되게 탐구해 온 작가이다. 그의 작업은 완성된 이미지를 미리 설정하고 재현하는 방식이 아니라, 그리는 행위 자체가 화면을 형성해 나가는 과정 중심의 회화에 가깝다. 화면 위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선과 흔적들은 의도적으로 통제된 기호라기보다, 몸의 움직임과 리듬, 호흡이 축적된 결과로서 나타난다. 이 선들은 종종 낙서처럼 보이지만, 단순한 즉흥이나 무작위가 아니라 오랜 시간 축적된 신체 감각과 회화적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다.

권오봉의 회화에서 중요한 요소는 ‘반복’과 ‘자유’의 긴장 관계이다. 그는 동일한 행위를 끊임없이 반복하지만, 그 반복은 결코 동일한 결과를 낳지 않는다. 붓, 막대, 때로는 비전통적인 도구들을 사용해 긋고, 문지르고, 긁어내는 과정 속에서 화면은 끊임없이 변화하며, 예측 불가능한 리듬을 생성한다. 이때 화면은 작가의 통제 아래 있으면서도 동시에 통제에서 벗어난 상태를 유지하며, 질서와 혼돈이 공존하는 장이 된다.
또한 그의 작업은 서구 추상표현주의나 제스처 회화와 외형적으로 닮아 보일 수 있으나, 그 근간에는 동양적 사유와 수행적 태도가 깊게 깔려 있다. 권오봉의 선은 감정의 폭발이나 드라마틱한 제스처라기보다, 반복을 통해 비워지고 단순화된 상태에서 발생하는 몸의 흔적에 가깝다. 이는 행위를 통해 자아를 드러내기보다, 오히려 자아를 내려놓는 과정으로서의 회화에 가깝다.

그의 화면은 명확한 중심이나 위계를 거부하며, 전체가 하나의 호흡으로 이어진다. 선과 여백, 밀도와 공백은 서로 대립하기보다는 유기적으로 맞물리며 화면의 균형을 형성한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관람자는 특정 이미지를 읽기보다는, 화면 전반에 흐르는 리듬과 에너지, 시간의 흔적을 감각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권오봉의 회화는 ‘무엇을 그렸는가’보다 ‘어떻게 그려졌는가’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환기한다. 그의 작업은 회화를 하나의 이미지 생산이 아닌, 몸과 시간, 반복과 해방이 교차하는 장으로 제시하며, 추상을 감각과 사유가 동시에 작동하는 열린 상태로 확장시킨다. 이러한 점에서 권오봉은 한국 추상회화의 흐름 속에서 독자적인 위치를 점하며, 행위와 축적을 통해 회화의 본질을 지속적으로 갱신해 나가는 작가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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