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靜 • 停 |정 • 정

2024. 3. 28 - 2024. 4. 27

김미경, 이진영, 윤종주

김미경-이진영-윤종주 3인 3색

정(靜)•정(停), 고요하고 깊은 확장


아트프로젝트 씨오(대표 임은혜)는 김미경-이진영-윤종주 3인의 여성작가들이 펼쳐내는 ‘내면에서 발현되는 고요한 확장, 《정(靜)•정(停)》’ 전시를 개최한다. ‘靜’ 고요할 정과 ‘停’ 머무를 정의 ‘동음이의(同音異義) 한자어’를 채택해 세 작가가 다년간 추구해 온 작업 세계의 진수를 통찰하려는 시도이다. “고요하게 머물다”라는 정(靜)•정(停)은 움직임을 멈추는 것이 아니라, ‘정제된 깊이와 수행’을 도모한다는 ‘고요한 확장’을 뜻한다. 작가들은 격동적인 바다의 외면 같은 ‘현실’에서 벗어나 ‘고요하고 깊은 생명력의 심연’을 들여보면서 ‘날로 새롭고 또 날로 새로워지는,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 시선을 좇는다. 낡은 현실이 아닌 새로운 과정을 탐구하면서 ‘고요하고 깊은 참나’를 발견하는 것이다.

김미경은 대지의 색이라 일컫는 땅의 기운(짙은 갈색)을 시작으로 다양한 색의 층위를 올려 가며 표면에 밝고 옅은 흰색의 컬러로 마무리한다. 다층의 레이어들이 공간과 시간을 아울러 머금으면서 곱게 샌딩(Sanding)한 작업들은 서로 간의 속살을 연결하며 세상의 질서인 수평과 수직 구조의 힘을 ‘균형미’로 연결한다. 작가는 인터뷰에서 “시간이 흐를수록 백색의 큰 매력에 빠진다.”고 고백한다. 백색은 모든 색을 품는 대지의 어머지와 같다. 어마어마한 색의 레이어를 덮으면서 컬러풀한 ‘색의 본질’을 더욱 강렬하게 드러내기 때문이다. 작가는 Grid에서 쌓아 올린 색의 변주이다, 백색이 바탕이 되어 연출된 다층의 색들은 ‘흰색의 가능성’을 통해 어제와 오늘의 반전을 보여준다. 작가는 모든 것을 품는 백색미감을 통해 스스로의 변주가 가능한 에너지를 탐구한 것이다.

이진영은 사진매체를 통한 시각변주의 탐험들은 ‘흔적의 발견’을 넘어 ‘참나의 깨달음’으로 연결한다. 대상의 재현에서 벗어난 우연의 흔적들은 잔잔한 빛과 물성을 담은 자기화된 ‘행위 추상’으로 연결한 것이다. 감성의 확장과 발견에서 연결된 작품들은 외적 몽환성에서 감성적 추상으로 이어진다. 신작들은 사진(이미지)을 매개로 한 ‘틀’에서 벗어나 ‘표현의 바다를 향한 선험(先驗)의 한계를 넘어서는 행위들’이다. 작가는 ‘형상에의 자유’와 ‘유기적 공간에의 몽환적 확장’을 통해 말캉말캉한 사유의 바다로 작가와 보는 이 모두를 이끈다. 현재 작업 시기는 작가의 향후 작업에 중요한 열쇠로 기능한다. 정(靜)•정(停)-고요하게 머문다는 것은 작가에게 “정체가 아닌 자유를 향한 심연의 모색”이라고 할 수 있다. 사진으로부터 출발한 자연의 흔적이 점차 시간의 여운을 따라 우연의 흔적으로 전환되는 과정들이기 때문이다. 외적 대상에 대한 고민에서 작가의 깨달음을 배태한 전이로까지, 최근작들은 프린트의 색이 아닌 ‘감성의 색(eco printing/ the color of emotion)’을 활용한 감성 추상으로 확장된다. 유기적 공간 속에 ‘우연성과 추상성’이 가미되면서 ‘직관적 감성이 색으로 물드는 과정’을 표현한 것이다.

윤종주는 미디엄과 아크릴 물감을 혼용한 단색의 색층을 연결해 시•공간을 관통하는 미묘한 담색(淡色)을 자연의 빛으로 구현한다. 생각과 현실을 연결하는 여백들은 고정된 틀(혹은 현실)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분할된 캔버스의 조합이자, ‘긴장과 이완의 정반합(正反合)’을 구현한다. 추상적 색면을 빛과 색으로 구현하는 작가는 산란하는 세상의 모든 색을 '화면의 은은한 내러티브'로 조망하는 '추상의 조감도(Bird's-Eye View of Abstraction)' 를 그린다. 눈을 감았을 때 발견되는 소소한 봄빛이나 따스한 햇살이 스며드는 '자연의 기운'들이 깊은 숨을 들여마시듯 '읽는 방식'이다. 최근 작들은 이러한 스미듯 명상하는 색빛 추상들의 에너지가 더욱 강인한 깊이를 드러내며 변주한다. <Cherish the time> 시리즈 중 ‘beyond purpose’ 라는 소주제는 “완성도에 완성도를 더하면서도 밀도에 대한 의심이 발견되지 않는 형태들”을 갖는데, 작가는 이에 대해 ”자기복제와 시스템화된 작업 형태들에 대한 저항이자, 자신을 돌아보는 회귀의 자화상”이라고 설명한다. 그럼에도 작업들은 물질성을 가로지른 가공되지 않은 자연 친화적인 본질로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안현정 (Ahn Hyun Jung, 미술평론가/예술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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