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모닝글로리, 메리골드 (Morningglory, Marigold)

2023. 9.23 - 10. 21

고낙범, RITESH AJMERI

직조된 미니멀, Morningglory & Marigold


뒤샹의 오브제 미학을 거부해온 개념회화의 고낙범, 신화적 상상력을 탈(脫) 모더니티의 관점에서 해석한 리테시. “미니멀에 대한 경험을 공유-직조”해온 세대를 가로지른 독특한 2인전이 열린다. 《Morningglory & Marigold》(이하 M&M)라는 제목은 자신들의 경험을 ‘Minimal & Memory/Museum & Mythology’라는 가치 속에서 재해석한 ‘언어유희’와도 연결된다. 서사적 삶의 경험 속에서 얻은 미학적 에너지를 새로운 창작으로 연결시킨 작가들, 이들은 작업의 내러티브마다 비슷한 관심사를 공유한다. 말레비치를 좋아하는 이들은 회화적 관점과 조각적 관점 사이에서 ‘미적 쾌감(快)’의 보편성을 발견한다. 6년간 국립현대미술관의 학예사로 근무한 고낙범은 90년대 ‘뮤지엄프로젝트’를 통해 전통 서사비틀기를 시도했고, 가업(家業)인 인도신상 만들기의 대척점에서 ‘다시-신화’를 조명한 리테시는 ‘메리골드’를 통해 정체성 발굴을 시도한다. 국적과 세대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예술가의 더듬이로 공유된 이율배반적 가치의 재해석들은 때론 예민하고 때론 둔감하게 자신과 타인을 속이는 마법같은 ‘숨기기-기법’을 보여준다. 이들은 예술 인류학자와 같은 ‘관찰의 시선’을 탑재했다. 서로가 서로를 통해 거시와 미시를 오가는 작업들은 흡사 안과 밖의 구별이 없는 비가향적(non-orientable) 뫼비우스의 띠(Möbius strip)와 닮았다. 동·서 가치의 뒤틀린 곡면 속에서 끝없이 이어진 작품들은 ‘윤회하는 도마뱀’을 그린 20세기 초의 동판화가 에셔를 떠오르게 한다. 일상 속 비일상, 현실 속 비현실이 연결된 작품들은 수학·과학·신화를 넘나들며 주관적 심상을 예술 작품에 투영하는 정통 미술방식을 거부하고, 여러 문화권들이 수용할 수 있는 보편·객관적인 시각구조를 작품에 투영한다.

시간편집자, 고낙범의 M&M

미니멀 시대의 감각들을 공유해온 작가는 원형의 중첩(라운딩)을 이루는 독특한 형태인 ‘오각형의 편집증’을 가졌다고 실토한다. 큐레이터 시절 뉴욕 플럭서스 그룹 멤버의 작업공간 샤워실에서 본 <모닝글로리>라는 드로잉은 ‘우연한 상황-유희적 언어’라는 측면에서 정체성이 메인 이슈였던 시대, 작가의 내면을 건드린 독특한 경험으로 연결됐다. 이른바 샤워실에서의 카타르시스는 아리스토텔리스의 미학적 기능과 같이, 아이콘그라피를 생각하는 작가의 독특한 버릇과 맞물려 5각형에 대한 탐구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실제로 나팔꽃을 상징하는 ‘모닝글로리’는 비현실적인 모티브 속에서 ‘묘한 멜랑콜리아’를 형성한다. 작가는 실어증에 걸린 달변가처럼, 개념에 대한 여러기억들은 콜라주하는 편집증적 버릇을 실험한다. 나팔꽃에서 가져온 오각형들은 착시효과를 유발하는 기하학적 패턴(견고한 흐름, Solid Flow) 속에서도 캔버스 영역 밖으로의 무한히 확장되는 ‘색의 인피니티’를 보여준다. 모닝글로리는 2005년 이후 오각형에 대한 유기적/기하학적 세계가 연결된 것으로, '신화/현상학'이라는 동기부여의 에피소드 속에서 '유기적 세계의 순환과정'을 나팔꽃에 비유한 세계관이다. 중심에서 밖으로 이어지는 모닝글로리는 무한 증식하는 색의 연결체 속에서 ‘피막(皮膜: 겉과 속껍질)’ 안에 감춘 개념적 세계관을 자신만의 독창적 세계관으로 연결한 작업이다.

감각적 신화추상, 리테시의 M&M

‘공간을 피막’처럼 연결한 리테시의 작업들은 개념적 설치보다 ‘구상조각 퍼포먼스’의 기록에 가깝다. 포토 셀피로부터 시작된 메리골드 작업들은 ‘찍어서 기록하고 실사로 캐스팅하는 과정’ 속에서 “나는 누구인가.”를 끊임없이 되새긴다. 표정 없는 리테시의 조각들은 감정에 대한 것이 아니기에 개념적이고 미니멀한 것을 선택한다. 가족들이 인도 신상을 만드는 것을 직업으로 삼은 까닭에 ‘인도식 구상조각’을 최대한 피했다는 작가는 대학에서 현대미술을 공부하면서 동시대 조형논리에 가까운 다양한 작업들을 실험했다. 그럼에도 다양한 시도이후 깨달은 것은 ‘나의 경험(혹은 DNA)을 바탕삼은 현대미술’의 가치였다. <Black on Black>이라는 작업에서 “블랙 인디아”의 의미는 스킨에 붙은 획일화된 인식에 돌을 던지는 동시에, 미니멀 블랙을 통한 사유의 반성을 의미한다. 사회적·정치적으로 정제된 스킨은 ‘폴리티컬한 의미의 역설’ 속에서 미디어-설치-녹물 회화 등으로 번안되어 중성적 언어로 재구성된다. 그래서 리테시의 스킨시리즈 <디 페인트><녹슨피부>는 자신의 실제 피부를 캐스팅한 최소단위를 사용한다. 작품에 사용된 도트는 모든 것들이 파괴되고 재창조된 중성화된 ‘피막(a rusty piece)’이다. 녹은 중성적인 동시에 파괴되고 남은 내츄럴한 조각으로, 어떤 피부를 표현해도 중화된다는 가치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메리골드는 인도사람들이 신상에 헌화하는 숭상의 상징이다. 신에게 걸어주던 메리골드의 화환을 자신이 건다는 의미의 메리골드는 작가 자신을 향한 ‘기억의 표현이자, 신화의 표상(Memory & Mythology)’이라고 할 수 있다.

2인전이 주는 개념혼성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두 작가가 함께한 이유는 간단하다. 세대와 경향이 다른 예술 속에서도 ‘이들이 공유한 단순함의 가치들’ 때문이다. 고낙범-리테시의 만남은 로마시인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를 상기시킨다. “원인은 감춰져 있지만, 결과는 널리 알려져 있다.”는 메타적 교훈처럼, 이들은 어느 한 장르에 국한되지 않는다. 탈바꿈 혹은 변신이 작품 간의 통일된 주제가 되듯이, ‘Morningglory & Marigold’로 변신한 이들은 새로운 몸의 형상들을 노래한다. ‘메타-텍스트적 위치’에서 경험을 공유한 이들의 변신은 작가가 해석한 오늘 그 자체를 보여주는 것이다.

안현정 (미술평론가, 예술철학박사)


Kho, nak beom, Ritesh AjmeriWoven Minimalism, Morningglory &MarigoldKho, nak beom of conceptual painting that rejected Duchamp's object aesthetics, Ritesh who interprets the mythological imagination from the perspective of post-modernity. A unique two-person exhibition is held across generations having "shared-weaved experiences of minimalism." The title "Morningglory &Marigold" (hereinafter referred to as "M&M") is also linked to "language play" reinterpreting their experiences in the value of "Minimal & Memory/Museum &Mythology." Artists who linked their aesthetic energy gained from the experience of narrative life to new creation, share similar interests in each narrative of their work. These artists who like Malevich find the universality of "aesthetic pleasure" between the pictorial and sculptural perspectives. Time Editor, M&M of Ko Nak-beomThe artist who has shared the senses of the age of minimalism, confesses that he has "paranoia of pentagons," a unique shape that forms a circular overlap (rounding). The pentagons from morning glories show 'an infinity of color' that extends indefinitely out of the canvas area in geometric patterns (Solid Flow) that cause optical illusion. The Morning Glory is a world view that compares the "circular process of the organic world" to morning glories in a motivational episode of "mythology/phenomenology" as the organic/geometric world of pentagons has been connected since 2005. The organic situation of the Morning Glory, which runs from the center to the outside, exists as its own solitary world view rather than compromising with the world in a conceptual world view hidden in the "coils (outer and inner shells)" in an infinite proliferation of colors. Sensory Mythology Abstract, Ritesh's M&MRitesh's work, which connects 'space like a film', is closer to the record of spherical sculpture performance than conceptual installation. The Merigold works, which began with Photo Selfie, constantly reflect on "Who am I?" in the "process of taking, recording, and casting in real life." Reteshi's expressionless fragments are not about emotions, so they choose what is conceptual and minimal. So Reteshi's Merigold uses the minimal unit that casts his actual skin. The dots used in the work are neutralized 'rusty pieces' that everything has been destroyed and recreated. The Merigold, which means that he hangs the wreath of Merigold, which was hung to God, functions as an "expression of memory and representation of mythology" for the artist himself. Despite the risk of conceptual confusion caused by a two-person exhibition, the reason why the two artists were together is simple. It is because of the "values of simplicity shared by them" even in art with different generations and trends. The meeting between Kho, nak beom and Ritesh Ajmeri reminds us of the story of the transformation of a Roman poet Obidius. They are not limited to any genre, as is the meta-lesson of "the causes are hidden, but the results are widely known." The transformation of those who shared their experiences in the "meta-textual position" is what the artists show themselves today.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