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iled & Floating

2022. 11. 8 - 12. 10

권용래

 

권용래 <영원의 불꽃(The Eternal Flame)>
Veiled & Floating

빛을 다채로운 경험으로 승화한 권용래의 작업은 스테인리스 금속판에 반사된 반짝이는 움직임을 가능성의 예술로 전환시킨다. <영원의 불꽃(The Eternal Flame)>이라고 명명된 작품들은 내면과 외면 사이의 직관성을 동시대 정체성으로 승화한 ‘개념설치 작업’이다. 무엇도 정해지지 않은 21세기적 가치관은 빠른 전환의 시대 속에서 행선지를 고정하지 않은 부유(浮遊)하는 정체성을 갖는다. 개념 유목민의 시대, 주캐(The main character)와 수많은 부캐(The secondary character), 가상과 현실을 오가는 오늘의 정체성 그 자체는 감추면서도 드러내는 낯선 공유 속에서 ‘유동하는 빛’, 이른바 ‘Veiled & Floating’으로 기능한다. 작가는 사라지고 나타나는 카멜레온 같은 우리 시대의 경험 자체를 빛과 그림자의 경계 속에서 다룬다. 우리는 수많은 선택 속에 살수 밖에 없는 불안감 속에서도 상대성의 빛을 인식하는 고귀한 존재라는 것이다. 사회적 문제의식을 미적 아름다움으로 전환한 작업들은 “어차피 붕 뜬 세상 긍정의 빛으로 스스로 위로하는 가능성”을 지닌다.

2004년부터 스테인리스 금속판 조각을 활용한 작업의 모티브는 회화를 근간으로 한 오브제의 확장이다. 거침없이 장르를 가르며 넘나드는 창작 속에는 실험성과 더불어 아카데믹하게 재현을 고민하는 ‘빛과 금속’을 향한 미적 숭고함(Aesthetic Sublime)이 자리한다. 현상 너머의 경험을 ‘영원을 향한 여정(Journey to Eternity)’ 속에서 포착한 탁월함은 바로크의 하이라이트를 다양한 삶의 경험으로 옮겨온 듯 우리를 여백과 미지의 세계로 인도한다. 직접 경험한 적 없는 사건, 가상과 현실이 이어지는 메타 세상으로의 전환, 그 사이에서 변치 않는 것은 대상을 감추고 드러내는 ‘태초부터 있어 왔던 빛’이라는 존재다. 시공을 관통하는 다의적인 의미를 빛의 회화로 연결한 작업들은 기억을 흩어지게 하다가도 다시 조합하는 경험의 변증법을 보여준다. 외부 환경에 따라 자신을 바꾸는 색감과 채도의 미묘한 차이(Nuance)는 우리를 다른 세상으로 연결하는 뫼비우스의 빛을 연상시킨다. 권용래 작가는 반사된 또 하나의 세상을 연주한다. 그에게 빛이란 일종의 오케스트라와 같다. 필연으로서의 빛과 우연으로서 경험을 동시에 부여함으로써 작업에 생명력을 부여하는 연금술사로 기능하는 것이다.

안현정 (미술평론가, 예술철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