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주, Wave_역동(逆動)을 넘어
아트프로젝트CO(대표 임은혜)는 2021년 <Blossom>전시 이후, 흑연이 주는 신감각에 주목한 김은주 작가의 <Wave_역동을 넘어>를 기획했다. 여기서 Wave는 흐름을 뛰어넘는 파장(波長)을 지칭한다. 화이트큐브에 펼쳐질 4m의 신작은 그린다는 행위의 본질을 대상 세계 너머로까지 전이시켜, 꽃잎이 파도가 되어 일렁이는 ‘미적 숭고(崇高; sublime)’의 과정을 경험케 한다. 작가는 파도 같은 삶의 여러 역경을 넘어 꽃처럼 활짝 핀 우리네 삶으로까지 에너지를 확장 시킨다. 부산에서 태어나고 자란 태생 덕에 얇은 선이 모여 파도가 되는 일은 어색하지 않다. 달과 해를 머금은 일렁이는 외연부터 깊은 심연(深淵)에 이르기까지, 김은주의 Wave에는 바다의 시간이 ‘피고 지는 생의 논리’와 함께 공존한다. 인식의 틀을 깨고 일렁이는 작품에 온몸을 맡겨 보자. 작품은 호흡이 되고 선은 율동이 되어 ‘우리의 오늘을 미래의 가능성’으로 이끌어줄 것이다.
정중동의 Wave, 꽃이 바람을 타고
작가는 초기작업에서부터 밀도가 조밀한 노동집약적인 필선에 관심을 갖고, 배면(背面)을 뚫고 나갈 듯한 존재의 파장을 ‘생동(生動)-에너지’로 전환하는 작업을 본질로 삼아 왔다. 그래서 작가는 ‘정중동(靜中動)의 경지’를 실천한다. 고요함 속에 일렁이는 움직임 가운데 고요한 에너지를 추구하면서 주변 환경과 외부 자극에 상관없는, 본인의 의지대로 몸과 마음을 다스릴 줄 아는 경지에 이른 것이다. 세태에 굴하지 않는 유연함을 충만한 자존(自尊)으로 채워 넣은 작품들은 삶의 파동을 자연스럽게 흐르게 하여 ‘역동하는 시각적 시어(詩語)’을 창출시킨다.
기본 구조는 ‘긋기로 연결된 꽃’에 있다. 파도가 동(動)의 에너지라면, 꽃은 정(靜)의 에너지이다. 꽃이 바람을 타고 물이 되고 파도가 되어 ‘변모하는 세상’을 그대로 머금기 때문이다. 작가는 지나간 것에 연연하기보다, 강직한 진정성 속에서 자유를 찾는다. 연필이라는 재료를 집요하게 파고든 까닭엔 ‘선적 행위는 곧 작가 자신’이 되었다. 실제로 흑백의 단순한 조화가 반지르르한 필선의 군집을 일으켜 ‘빛의 렌디큘러( multi-layered randicula)’를 조성한다. 감성에 따라 움직이는 환영들은 무의식이 만든 ‘초현실적 판타지’를 창출하면서, 무한히 증식하는 형상의 메아리 속에서 꿈틀대는 삶의 가능성과 만나게 한다. 아름다움의 관념을 다시 쓰게 하는 작가의 미학적 탐험은 인식의 틀을 깨는 열정과 ‘창작의 무한함’을 드러내는 한편의 감성-시(詩)와 같다. 추상과 구상을 넘나드는 독특한 화면 구성은 우리의 신경을 긴장시키고 논리적이면서도 감성적인 ‘미적 쾌감의 세계’로 우리를 안내한다.
안현정 (미술평론가, 예술철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