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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조각이 되고, 기억은 이미지가 된다... Art Project CO, 권오상·죠셉 초이 '항복점'에서 만나다

8월 22일
5분 분량

K-Classic News


2026.08.22



Art Project CO, 8월 27일~10월 3일 '항복점: 재구성된 서사' 개최

권오상의 사진조각과 죠셉 초이의 회화가 만나는 매체 간 이행

서로의 형식을 주고받아 탄생한 좌상 신작 첫 공개…“익숙한 것을 새롭게 바라보는 하나의 '항복점' 되길”



K-Classic News 오형석 기자 | 사진은 조각이 되고, 기억은 이미지가 된다. 한 작가는 사진을 수백 개의 파편으로 나누어 다시 입체로 세우고, 다른 작가는 내면에 잠재된 이미지를 그리고 지우고 덧그리며 새로운 형상을 만들어낸다. 출발점도, 사용하는 매체도 다르지만 두 작가가 향하는 곳은 같다. 익숙한 형상을 해체하고 다시 구성하는 과정에서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서사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권오상과 죠셉 초이가 ‘항복점(Yield Point)’이라는 하나의 문턱에서 만난다.


Art Project CO(대표 임은혜)는 오는 8월 27일부터 10월 3일까지 권오상·죠셉 초이 2인전 《항복점: 재구성된 서사(Yield Point: Reconstructed Narratives)》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사진조각과 회화라는 서로 다른 매체를 통해 형상과 기억의 생성 과정을 탐구해 온 두 작가의 작업을 한자리에 놓고, 이미지가 해체되고 재구성되는 순간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전시 제목인 ‘항복점’은 재료역학에서 물체가 탄성 변형에서 소성 변형으로 넘어가는 경계를 뜻한다. 외부의 힘이 사라지면 원래 상태로 돌아오는 탄성과 달리 항복점을 넘어선 물체는 이전의 형상으로 되돌아갈 수 없다. 전시는 이 물리적 개념을 예술적 전환의 은유로 확장한다.


견디는 것에서 변화하는 것으로, 기존 형상을 유지하는 것에서 새로운 형상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넘어가는 순간이다. 두 작가의 작업 역시 바로 이러한 ‘이행’의 과정에 놓여 있다.


임은혜 Art Project CO 대표는 “이번 《항복점: 재구성된 서사》는 서로 다른 매체와 언어를 가진 두 작가가 자신의 작업을 고정된 형식에 머물게 하지 않고, 서로의 영역을 넘나들며 새로운 형상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전시”라며 “권오상 작가가 사진을 분절하고 재구성해 조각으로 이행시킨다면, 죠셉 초이 작가는 기억과 내면의 이미지를 그리고 지우고 다시 덧그리며 새로운 형상으로 만들어낸다”고 설명했다.


이어 “항복점이라는 물리학적 개념처럼 예술에서도 어느 순간 기존의 형식과 질서가 더 이상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없는 지점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두 작가가 서로의 작업을 바라보고 영향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탄생한 좌상은 이번 전시의 의미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밝혔다.


권오상은 오랫동안 사진과 조각의 경계를 허물어 온 작가다. 1998년 시작한 《Deodorant Type》을 비롯한 사진조각에서 그는 하나의 대상을 수많은 사진으로 분절해 촬영한 뒤 낱장의 인화지를 가벼운 구조체 위에 이어 붙여 입체를 구축한다.


전통적인 조각이 돌과 금속, 나무와 같은 물질의 덩어리와 무게를 통해 존재감을 확보해 왔다면 권오상의 조각은 정반대의 방식으로 작동한다. 가벼운 사진이 모여 하나의 입체를 만들고, 평면의 이미지가 반복적으로 이어지면서 실제 공간을 점유하는 조각으로 전환된다.


권오상의 사진조각에서 중요한 것은 완성된 형상만이 아니다. 사진과 사진이 만나는 이음매, 겹침과 어긋남, 미세한 틈과 표면의 흔적은 오히려 조각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드러낸다. 대상을 그대로 재현하는 대신 대상을 분해한 뒤 다시 조립함으로써 또 다른 실재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2020년 이후 권오상의 작업은 인체의 윤곽을 넘어 더욱 추상적인 영역으로 확장됐다. 특히 ‘구멍’은 최근 작업을 관통하는 중요한 조형적 관심이다. 헨리 무어와 문신의 조각에서 발견한 구멍을 단순한 결핍이 아니라 안과 밖을 연결하는 통로로 바라본 작가는 여기에 아시아 정원의 태호석을 겹쳐 놓는다.


물에 씻기며 자연스럽게 구멍이 생긴 태호석이 오래전부터 ‘용이 지나는 길’로 불렸다는 사실은 작가의 작업에 새로운 전환점을 제공했다. 비어 있는 공간은 더 이상 아무것도 없는 곳이 아니라 무엇인가가 지나가는 장소가 된다. 권오상의 조각에서 구멍은 존재의 결여가 아니라 새로운 관계가 시작되는 통로다.


〈Wind Hole Relief〉는 이러한 관심을 집약한 작업이다. 작가는 세계 각지의 유명 조각가들의 작품에서 구멍이 있는 부분을 찾아 모아 부조로 옮긴다. ‘바람이 지나는 길’이라는 의미처럼, 과거 조각의 내부를 통과하던 용의 자리에 이제 바람이 지나간다.


〈Helmet Head〉에서는 헨리 무어의 동명 연작에서 형태를 가져와 오토바이 헬멧과 여러 인물의 사진을 결합한다. 내부의 허공과 표면의 이미지가 팽팽하게 맞서는 구조 위에 여러 인물의 사진을 잘라 붙여 하나의 얼굴을 만든다. 내부는 비어 있지만 표면은 수많은 이미지로 가득하다. 속이 비어 있는 조각이 오히려 수많은 이미지와 기억을 품는 역설적인 구조다.


권오상의 사진조각은 기억과 기념의 문제로도 이어진다. 최초의 사진조각이 친구의 흉상이었다는 사실과 투병 중이던 친구의 아버지가 손자에게 남길 기억을 위해 흉상 제작을 의뢰했던 경험은 작가에게 사진조각의 ‘메모리얼’ 기능을 자각하게 한 계기가 됐다.


가장 가벼운 재료로 제작된 사진조각이 오히려 사라짐에 저항하는 조각의 오래된 임무를 이어가는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데본렉스 고양이와 보르조이 흉상 등을 통해 이러한 기억과 존재의 문제를 확장한다.


프랑스 파리를 거점으로 활동하는 죠셉 초이는 권오상과 다른 방향에서 기억과 형상을 탐구한다. 외부의 대상을 분절하는 대신 자신의 내면에 잠재된 이미지와 경험을 끌어내고, 이를 그리고 지우고 다시 덧그리는 과정을 통해 화면을 구성한다.


그의 회화에서 형상은 처음부터 완성된 모습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작가는 경험과 기억 속에서 떠오르는 이미지를 그리면서 지우고 다시 덧그린다. 그리는 행위가 먼저 진행되고 사고와 해석이 뒤따른다. 따라서 화면 속 형상은 계획된 결과라기보다 그리는 과정에서 도착하는 하나의 사건에 가깝다.


이러한 작업 방식은 고대 양피지 문서인 ‘팔림프세스트’와 닮아 있다. 이미 쓰인 내용을 지우고 그 위에 다시 쓰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하나의 표면에 서로 다른 시간의 흔적이 겹쳐지는 것처럼, 죠셉 초이의 화면에서도 이미지가 나타나고 사라지며 다시 새로운 형상으로 떠오른다.



이번 신작 대부분의 제목이 〈Figure〉에 번호를 붙이는 방식으로 구성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종이 작업에는 〈Study〉라는 이름이 더해질 뿐이다. 특정한 이야기를 제목으로 규정하기보다 화면에 등장하는 형상 자체를 열어놓고 관객이 각자의 기억과 경험으로 서사를 구성하도록 한 것이다.


화면에는 사다리와 나선 계단, 지팡이, 가면, 검은 구체, 흰 가슴 조각 등의 사물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그러나 이들은 명확한 상징이라기보다 서로 다른 몸과 형상이 관계를 맺는 일종의 무대 장치처럼 기능한다.


죠셉 초이의 인물들은 좀처럼 하나의 모습으로 확정되지 않는다. 흰 천에 감싸인 몸은 포옹인지 결박인지 구분하기 어렵고, 하나의 몸 위로 여러 얼굴이 포개져 하나의 머리를 이루기도 한다. 거대한 몸과 작은 몸이 함께 놓이면서 크기와 위계의 질서도 무너진다.


그가 그리는 것은 명확하게 규정된 인물이라기보다 형상이 만들어지고 사라지는 과정 자체다. 기억 역시 마찬가지다. 기억은 과거의 어느 한 순간에 완성되어 저장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시점에서 다시 불러낼 때마다 조금씩 달라지는 이미지다. 죠셉 초이의 회화는 바로 그 유동적인 기억의 성질을 화면 위에 기록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러한 두 작가의 작업 방식이 직접 교차한다. 가장 주목되는 작품은 두 작가가 서로의 형식을 주고받으며 탄생시킨 좌상(坐像)이다.


수년간 와상 작업을 제작해 온 권오상은 앉은 형상으로 관심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죠셉 초이의 추상적 인물에 주목했다. 그 형상에서 헨리 무어를 비롯한 근대 조각가들의 조형성과 맞닿는 지점을 발견했고, 특히 한 인물이 옷 위로 가슴 조각을 안고 있는 장면에서 새로운 조각의 출발점을 찾았다.


회화 속 인물이 안고 있던 조각이 실제 조각으로 다시 태어난다는 설정은 그 자체로 매체 간 이동을 의미한다. 평면에 존재하던 이미지가 입체가 되고, 회화 속 형상이 실제 공간으로 나오면서 하나의 서사가 다시 쓰인다.


사진조각의 표면 위로 죠셉 초이의 붓질과 색이 부분적으로 드러나도록 설계된 이 좌상에는 두 작가의 언어가 동시에 존재한다. 권오상이 사진을 분절하고 이어 붙여 구축한 계산된 표면 위에 죠셉 초이의 회화적 손길이 더해진다. 계산된 구조와 계산되지 않은 붓질이 하나의 몸 위에서 만나 새로운 형식을 만든다.



임은혜 대표는 “저희는 바로 그 변화의 순간에 주목했다”며 “두 작가가 서로의 작업을 바라보고 영향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탄생한 좌상은 이번 전시의 의미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Art Project CO는 이번 전시를 통해 관람객들이 완성된 작품만 바라보기보다 하나의 형상과 기억이 어떻게 해체되고 다시 구성되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떤 새로운 서사가 탄생하는지를 함께 경험하시기를 바란다”며 “서로 다른 두 작가의 만남이 관객들에게도 익숙한 것들을 새롭게 바라보는 하나의 ‘항복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두 작가의 작업 방식은 서로 다르다. 권오상이 대상을 여러 조각으로 흩어 다시 세운다면, 죠셉 초이는 내면에서 떠오르는 형상을 붙잡았다가 지우고 다시 그린다. 한 사람은 사진을 통해 평면을 입체로 만들고, 다른 한 사람은 기억을 통해 내면의 이미지를 화면 위에 다시 구축한다.


하지만 두 작가 모두 완성된 형상보다 ‘형상이 되어가는 과정’에 주목한다는 점에서 만난다. 권오상의 조각에서는 평면과 입체, 실재와 이미지의 경계가 흔들리고, 죠셉 초이의 회화에서는 기억과 재현의 경계가 흐려진다.


따라서 《항복점: 재구성된 서사》는 두 작가의 작품을 단순히 병렬적으로 보여주는 전시에 머물지 않는다. 사진과 회화, 조각과 이미지, 실재와 기억이 서로의 경계를 넘나드는 과정을 통해 ‘형상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기억은 어떻게 다시 쓰이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항복점을 넘어선 물체는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없다. 그러나 그것은 파괴의 종착점이 아니라 새로운 형태와 질서가 시작되는 지점이다.


권오상의 조각에서 사진은 더 이상 평면에 머물지 않고 입체로 솟아오른다. 죠셉 초이의 회화에서 기억은 과거에 고정된 이미지가 아니라 현재의 손에 의해 다시 그려진다. 그리고 두 작가가 함께 만든 좌상에서는 회화와 조각의 언어가 서로의 경계를 넘어 하나의 형상으로 이행한다.


결국 이번 전시가 말하는 ‘재구성된 서사’는 이미 완성된 이야기를 다시 설명하는 것이 아니다. 익숙했던 형상과 기억을 한 번 해체하고, 그 틈에서 새로운 관계와 의미를 발견하는 일이다.


무너짐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형상이 시작되는 문턱이다. 권오상과 죠셉 초이는 바로 그 문턱, ‘항복점’에서 서로 다른 매체와 기억의 언어를 맞바꾸며 새로운 서사를 세운다. 사진과 조각, 회화와 기억이 서로의 영역을 넘어서는 순간, 관객은 익숙한 형상을 낯설게 바라보게 된다. 이번 전시는 그 변화의 순간을 직접 마주하게 하는 자리다.


한편 《항복점: 재구성된 서사》 전시 오프닝은 8월 27일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진행된다. 전시는 10월 3일까지 이어지며, 관람 시간은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다. 일요일과 월요일은 휴무다. 전시장소는 서울 성동구 왕십리로 16 트리마제상가 102호 Art Project CO다.


오형석 미술전문 기자 yonsei686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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